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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 캠핑

JAYASS 2010. 10. 25. 01:34
BOILLERS 의 2010-2011 캠핑시즌이 시작되었다.몇일동안 디깅후 포천의 어느 캠핑장에 갔는데 장소도 너무 협소하고 사람들이 너무많아 장소를 급변경하여 지난 3월에 갔던 산정으로 이동했다.캠핑씬이 작년과 다르게 너무 커져버려 이제 왠만한 캠핑장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힘들다 우리가. 으슥한 곳에 자리를 잡고 늘 그렇듯 질서있고 빠르고 간결하게 베이스캠프를 설치한후 각자의 포지션에 임했다.특히 이번에 장비를 대량 업그레이드 하면서 키친테이블을 하나 구입했는데 매번 쭈그리고 앉아 힘들게 요리를 하던 우리 쉐프 반형이 너무나 행복해하며 조미료들을 질서있게 정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왜 어머니들이 김치냉장고 하나에 행복해하시는지 이해가 되었다는..

정리가 끝난 우리들은 캠프파이어에 불을붙혀 시즌스타트를 알리며 고기굽기에 들어갔다. 매번 싸구려 미국산 소고기만 먹었는데 이번에는 정육점에서 일하시는 일랭형님의 군대후임 덕분에 오늘 잡았다는 신선한 한우 소고기를 아주 싸게 구입했다.이게 오늘 잡은놈이라 그냥 한 덩어리로 주셨는데 일랭형님이 살인마 간지로 칼을 갈아 고기를 부위별로 잔인하게 썰어서 뜨신불에 굽고 반형은 기가막힌 김치찌게를 요리해주어서 신나게 깡패처럼 밥을 먹고 딥칠링..아 이게 얼마만의 형제들과 불쬐면서 칠링인지..촌나칸지! 

늘 첫날은 고기먹고 칠링하다보면 5시나 되야 잠을잔다. 모두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침낭속으로 버로우하기위해 침대 셋팅을 했는데 나랑 반형은 날씨도 생각보다 춥지 않고 새로운 덕다운800 침낭 성능도 확인해보고싶어 쌩야외에서 비박으로 자기위해 모닥불 옆에 침대를 옮겼다. 침낭속에 들어가 누웠는데 옆에는 모닥풀 타는소리와 머리위로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 내가 쉽게 잠을 이룰수없었다.아 오랫만에 느껴보는 이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장난아닌데..별들보며 이런저런생각하다 별똥별 5개나봤다.그리고 눈떠보니 상쾌한 아침. 침낭 말리고 모닝커피 마시고 사랑과 평화.. 

마운틴하드웨어에서 히말라야나 남극에서 베이스캠프로 사용되는 원형텐트 STRONGHOLD를 빌려주셔서 날이 밝은 오후 설치를 시도했다. 예전에 처음 빌릴때 셋팅법을 알려주시며 학교 운동장에서 리허설을 해봤었는데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하나도안나 아이폰으로 튜토리얼 다운받아서 개고생해가며 설치했다. 이제 어떡게 하는지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20분이면 설치할수 있을듯. 아 축구공 반으로 쪼개논것같이 아름답네 이거. 보상심리주의자 종민씨는 매번 캠핑오면 일주일동안 열심히 일한것을 보상받아야된다고 절대 깨우지말라며 오후 1시나 되서야 일어난다. 일어나서 이번에 새로산 침대 헷갈리지않게 자기 이름쓰기..정상아님.. 

점심때가 되고 배가 출출해질때쯤 우리의 어머니, 형중의형 반형이 뭔가를 또 열심히 준비했는데 뭔가하고 봤더니 세상에 이번에는 아프리칸 음식인 쿠스쿠스 셀러드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이 쿠스쿠스를 태어나서 처음먹어보는데 캠핑와서 먹게될줄이야..반형의 요리는 어디까지 갈래나.. 쿠스쿠스로 배를채운다음 달달함의 끝판왕 뻐터핑거로 마무리. 이거시 인생의 진리.

배도 채우고 나른해질때쯤 가을날씨를 만끽하고 단풍구경도할겸 산을 올라갔다. 지난 3월에 왔을때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산 색깔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나? 초노빨 그라데이션 촌나칸지! 아직 낮에는 날씨가 따뜻해 산을 오르니 엉덩이에 땀이차기 시작해 바지벗고 종민씨는 우퉁까고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산 정상에 뭐 오이라도 사먹게 매점이라도 나올줄 알았는데 허무하게 아무것도 안나와서 다시 빠르게 내려옴. 

슬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이튿날의 캠프파이어에 불을 지피고 샴페인 한잔씩들하며 칠링..칠링..칠링..또 칠링..

배가 슬슬 고파올때쯤 주방에선 반형이 뭔가 또 뚝딱뚝딱하며 요리를 시작하더라. 이번엔 또 무엇을 해줄라나 하고 살짝 주방에 가봣는데 이게 이게 심상치가 않다. 주방에는 반형이 꼼꼼하게 적어가며 준비해온 레시피가 보이고.. 그날 저녁 반형이 해준건 파인애플새우볶음밥인데 세상에 레알 파인애플을 접시삼아 나온 이 요리는 발리나 방콕의 고급레스토랑에서 2만원 내고 먹을법한 그런것..예거밤과 곁들여 파인애플을 싹싹 긁어먹으니 내가 지금 발리에 와있는줄 착각함. 아이거 반형 누구한테 시집갈래나..

그렇게 파인애플새우볶음밥을 다 먹어치우고 남은 고기도 먹어치워야되서 칼로리를 좀 소비하기위해 괜한 도끼질을 해댄후 다시 배가 고파올때쯤 살인마처럼 고기를 썰고 깡패처럼 신나게 구워먹으며 그동안 압구정에서 맨날 똑같은것만 먹어 지치고 힘들었을 뱃속을 행복하게 달래줬다. 후식으로 반형은 그린빈스를 버터에 구워주고 아 어떡게 이렇게 형중의형이지.. 먹고먹고를 반복하고 불앞에서 다들 배부른 행복감을 느끼며 잘시간이 되어 다들 새로운 마운틴하드웨어 텐트로 기어들어갔는데 나는 자연을 좀더 느끼고 싶어 오늘도 반형과 함께 모닥불 옆에서 비박을 했다.

마지막날 아침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상쾌하게 일어나 늘 그렇듯 침낭을 말리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면서 칠링..칠링..칠리..칠링.. 해가 슬슬 기울며 우리가 떠날시간이라는걸 알려주어 질서있게 정리를 하고 아름답게 이번 캠핑을 마무리했다. 이번 캠핑엔 쁠라스끼가 일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으나 처음으로 함께 캠핑온 게스트 석경이형이 양옆에서 민석룩과 일랭형의 사정없는 갈굼에 내가 즐거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