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8. 01:59
2010년 첫 캠핑을 떠났다 강원도 화천 딴산으로.이번 캠핑은 2박3일 일정에다가, 빙하기가 돌아온 혹독한 날씨인 만큼 일주일전부터 멤버들이 함께 만나 미팅을 해가며 간결하고 섬세하게 준비를 해서 떠난 캠핑이다.멤버는 기존의 민석룩,종민씨,주형형,일랭형 쁘러스 쁠라스끼가 합류해 함께 떠났다. 이번 캠핑에서는 희안한 에피소드가 많은 만큼 포스팅 꺼리도 많아 스토리텔링 식으로 포스팅할테니 재밌게 읽으시길.. 그럼 출발! 압구정에 모여서 짐챙기고 강원도로 떠나는 모습..여기까지는 뭐 그렇고 그런 뻔한것.다들 2박3일 있을 멍때림을 기대하며 흥분한 모습들.

그치, 여기서부터 시작! 화천에 거의다 와서 딴산이 보일때쯤 내가 갑자기 급정지를 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종민씨의 간지예거 차가 눈길에 브레이크를 먹지 않아 옆 도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낭떨어지에 떨어질랑 말랑 하며 차가 반이 걸쳐지는 기가막힌 사고가 일어났다.다행히 떨어지진 않았지만 손이라도 까딱하단 차가 뒤집어질 상황,모두가 반대편에 신속하게 메달려 무게를 분배해 차의 굴러 떨어짐을 예방하며 응급처치를 했다.이때는 이미 새벽1시,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렉카를 보내준다고 한다.

내 차를 타고 종민씨와함께 렉카를 마중나가러 강가쪽으로 나갔는데 강이 다 얼어붙어 썰매장이 되어있더라. 그 와중에도 종민씨는 자기 차 퍽덥된건 생각않하고 썰매를 열심히 타며 존나 신나하던데 아무튼 이사람 제정신 아닌사람 확실함.

렉카가 드디어 도착하여 모시고 사고현장에 갔다.아직도 형제들은 차가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메달려 무게를 분산시키고 있더라.렉카 아저씨는 마스터 간지로 너무나도 금방 차를 끌어 올려주셨고 범퍼가 깨지는 현상도 일어나지 않은체 모든것이 무사히 순조롭게 해결되었다.역시 마스터! 기념촬영을 안할수가 없어 아저씨한테 사진 한번 찍자고 했더니 싫다고 빼시면서 결국 덤즈업까지 해주시고, 역시 마스터!! 

그렇게 무사히 딴산에 도착한게 새벽2시경. 한적하고 사람없을법한 최적의 캠핑스팟을찾아 갈대숲을 디깅한 끝에 네발짐승 발자국을 발견했다. 와일드한 기운에 흥분한 우리들은 그 짐승 발자국을 따라 가봤더니 정로환 같은 토끼 똥이 뭉탱이로 발겨되었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여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주 쾌적하고 텐트 두개정도가 들어갈만한 드넓은 스팟을 발견하여 눈을 치우고 땅을 다진후 캠프 셋팅에 들어갔다. 

텐트를 치고 셋팅을 끝내니 새벽3시.날씨가 너무나 너무나 추워 손가락이 다 얼고 입김때문에 머리카락에는 서리가 끼었다.랜턴에 기름을 넣고 불을 지피사 주변이 환해졌지만 힘들게 자리차지하며 들고온 파세코 난로는 심지가 얼어붙어 불이 않붙혀지더라. 솔직히 난로에 불이 않붙을때는 너무나 추워 모든것을 포기하고 근처 민박집에 가고싶을정도로 마음이 약해졌었다.하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열심히 불을 지피니 드디어 난로에 불이 붙어 우리 머리카락에 있는 얼음서리들을 녹여주며 2박3일의 캠핑을 허락해주었다.감사합니다 파세코님.

그리고 새벽4시가 되서야 화롯대에 불을 지펴 스테이크를 구워 우리배를 채울수있었다.주변의 음료들은 이미 모두다 얼어붙은 상태. 역시 겨울 캠핑은 멀고도 험한걸 깨달으며 자연 앞에서 숙연해진 우리들은 그래도 주말엔 클럽보다 캠핑이지를 외치며 활활 타오르는 불앞에 각자 이름쓴 까모체어를 펼치고 앉아 몸을 녹이며 칠링을 시작했다. 리빙텐트 실내는 이미 파세코 형님의 힘으로 후끈하게 달궈져있어(뻥안까고 휴먼트리 사무실보다 따뜻함) 더욱더 딮하고 릴렉스하게 칠링을 하며 흐르는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자 어느세 아침 7시가 되고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하더라. 이미 각자의 침낭에 핫팩을 터뜨려논 상태라 몸만 쏙 들어가 너무나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잠을 잘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빨리 나와서 밖에 보라는 쁠라스끼 소리에 일어나 텐트밖을 나와보니 세상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내 눈을 의심했다. 딴산의 명소인 인공폭포가 얼음이 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신이난 우리들은 춤을 한바탕 춘후 얼어붙은 폭포로 달려가봤다. 주말이라 그런지 빙벽등반하러 오신 아웃도어 큰형님들께서 열심히 빙벽등반을하고 계시더라.빙벽등반하는건 태어나서 처음봤는데 존나 신기하고 멋있다.


밑쪽으로 걸어가보니 얼어붙은 강에서 다양하게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수있었다. 얼음에 구멍을 뚫어 빙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눈썰매는 꽁짜로 탈수있어 우리들도 신이나게 눈썰매를 타봤는데 별로 재미는 없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일랭형님의 매쏘드맨 간지로 타주시는 에스쁘레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주제가 바뀔때마다, 떠있는 해의 위치가 바뀔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때마다 그때그때 느낌에 맞게 플레이 해주는 DJ 플라스틱키드의 간결하고 섬세한 뮤직 셀렉션을 들으며 칠링을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진 우리들은 소시지와 베이글을 굽고 수프를 끓여 먹으며 캠핑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식사를 한후 주형형님이 글루와인을 만들어주겠다며 다양한 재료들을 가져왔다. 레몬,오렌지,생강,계피 껍질,월계수 잎을 주전자에 넣고 와인과 함께 중탕시켜 끓이는데 일단 향기부터 큰일난다. 모든것이 완성되어 한잔씩 받아 향을 음미해가며 따뜻하게 데펴진 글루와인을 마시는데 이거시 역사의 한순간! 

글루와인을 다 마신후 금새 떨어질 기온을 대비하여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장작을 모아 불을때고 있는대 어디서 에~엥 하는 소리와 함께 종민씨가 4륜 바이크를 타고 나타났다. 혼자 신이나서 소리를 지르며 우리쪽 언덕으로 올라오다가 눈에 바퀴가 걸려서 앞으로도 못가고 뒤로도 못가는 구린 상황이 연출되었다.형들이 밀어줘서 겨우 눈에서 바퀴를 빼자 또 소리지르며 쌩 하고 사라졌다.역시 제정신 아닌듯.  

불좀 쬐다가 종민씨가 빌린 4륜바이크 타고 빙벽등반 하는 형님들 보고싶어 다시 구경가봤다.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아예 텐트를 치는 팀도 보이고 빙벽열정 대박.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해보고싶다 빙벽등반.

다시 캠핑장에 돌아와 어린애들 마냥 나뭇가지에 머시멜로 끼워 불에 꾸워가며 먹었다.그리고 해가 떨어지자 남은 스테이크를 구워서 먹은다음 또다시 칠링타임.이날밤 다들 멍때리기의 끝판을 본거같다. 밥먹고 파세코난로에 둘러앉아 먹을거를 줏어먹어가며 하나둘씩 말이 없기 시작하더니 각자 알아서 졸고 멍때리고 했다.가만히 앉아서 4시간은 멍때린듯.

마지막날 아침 일어나보니 역시 주형형님은 과자를 잡수고 계시더라. 마약같다 이 옆에 굴러다니는 과자들..아침을 먹기 위해 밥을 끓이고 종민씨를 깨우러 갔다. 이번에 처음 써본 KELTY 텐트는 6명이 잠을잘수있는 공간이 충분하지만 종민씨 침낭만 Mummy형이 아닌 사각침낭이라 전날밤 추위에 떨며 자다가 도저히 않되겠는지 차에가서 히터틀고 자더라.역시 캠핑준비가 안되면 큰일난다는.

점심때가 되서 마지막 식사를 위해 나는 열심히 설겆이를 하고 일랭형은 장작을 태우며 민석룩은 소심히 쌀을씻었다.그리고 우린 소시지와 커리로 이번 캠핑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집으로 떠나기전 이번 캠핑을 기념하기위해 각자 까모체어를 메고 최대한 먼곳까지 걸어가서 멍을때리기로 했다. 얼은 강물위를 한참 걸어가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 나오더라. 다함께 앉아 겨울바람을 느끼며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멍때린후 맥주캔 맞추기 놀이를 하며 영혼을 맑고 순수하게 세척한 우리들은 다시 어깨에 까모체어를 메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떠나기전 주형이형이 마지막 비장의 카드 쇼콜라떼를 만들어주었다.중탕시킨 우유에 카카오를 희석시켜 만들어진 걸죽한 스페인식 쇼콜라떼인데 이게 완성될때쯤 아웃도어씬의 끝판왕 간지가 나는 파이오니어 아저씨 한분이 슬슬 오시더니 젊은 사람들이 간지나게 캠핑한다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간지를 뿜으셨다.쇼꼴라떼 보고 그게 뭐냐고 쫌만 달라고 하실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 금방 돌아가셔서 우리는 걸죽한 쇼꼴라떼를 배부르게 먹을수있었다.그리고 해가 떨어질까봐 부랴부랴 짐챙겨서 다시 우리의 영혼을 더럽히는 서울에 도착했다. 내가 너무나도 잊지못할 2박3일이었다. 역시 주말엔 캠핑이지!